11월 30일
날이 너무 더워 오후 탐조는 안 하고 호텔에서 쉰다.
여정이 길면 이렇게 중간중간 쉬는 날이 필요하다.
12월 1일 – 라이스필드 – Pied Kingfisher
이곳에 와서는 두 차가 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는데, 어제 다른 팀에서 Pied Kingfisher를 봤다고 한다. 어제 우리 팀이 쉬고 있던 오후시간이어서 거기까지 달려가지는 못하고 오늘 그 장소를 찾았다. 물총새류는 대개 비슷한 곳에 계속 있는 편이라 오늘 거기 가면 우리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는데, 웬걸, 오전 오후 계속 그곳과 그곳 주변을 뱅뱅 맴돌았는데 못찾았다. 날은 꽤나 더워져 불쾌지수도 올라가는데 찾는 새가 보이지 않으니 몸 마음이 더 지친다. 오후에 결국 포기하고 호텔 주변의 새나 보자싶어 숙소로 방향을 트는데 다른 팀에서 작은제비물떼새를 봤다고 문자가 왔다. 거리가 좀 있어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그쪽으로 달렸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기 5분 전에 상황 종료. 조금 전까지 있던 새가 다 날아갔다는 것이다.
허탈했다. 그렇다. 분명히 아쉽긴 했다. 하지만 탐조가 그런 거지, 간다고 다 있으면 새를 보는 재미가 지금만큼 있겠는가. 달려가면서 다른 팀에서 그 새들 보고 가지 말라고 잘 설득하고 있으라고 농담을 하면서 그 말 자체가 재밌어서 같이 와하하하, 웃으며 왔다. 그렇게 서로 최선을 다해보는 거지, 그러면서 새를 보고싶어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정서를 나누는 거지, 이 자체도 탐조의 한 모습이다. 탐조의 재미이기도 하고.
12월 2일 – 나는 새를 왜 보는가? -
저녁을 숙소 옆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 가벼이 먹으며 맥주 한 잔 하는데, 이 이야기가 나왔다.
한 분이 새를 보며 완전히 그 속에 빠져들며 비현실적인, 또는 환상적이라고 할만한 몰입을 겪은 일을 말하니 놀랍게도 그 자리에 있던 네 명이 모두 겪은 일이었다.
새를 보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나는 늘 이 부분이 내게는 가장 강력한 동력(계속 새를 보게 하는)임을 알고 있었는데, 과연 이렇게 여러 사람이 그에 공감하고 있다니... 그리고 새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나하고 안 맞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왜 그럴까의 답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어제 이야기 나누며 하게 됐다. 즉, 새를 보는 모든 사람이 이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새를 보며 때때로 겪게 되는 이런 체험과 경험에 큰 의미를 두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느낌과 체험을 중시하는 사람은 같이 새를 보게 될 때 깊은 공감을 나누며 함께 새를 보는 기쁨을 완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종추도 반갑고, 보기 어려운 새를 보았을 때 기쁜 것도 사실이지만 그 근본에는 이런 체험, 새와 자연과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된 것 같은, 그게 착각이나 환상일지라도 가끔 맛보게 되는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해 계속 새를 보는 것이다.
(홋카이도의 새, 몽골의 새, 태국 라이스필드의 새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외국탐조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
그 기가 막힌 순간을 만나기 위한 것. 다른 나라의 다른 환경이 어느 새에게는 기가 막히게 더 어울려 보인다. 몽골의 아무것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황야라 여겨지는 들판(초지?)이나 나무 드문 헐벗은(?) 산 위를 맴도는 맹금, 태국 남부 넓디넓은 라이스필드 사이 습지에 한가로이 노니는 장다리물떼새, 홋카이도에 바닷가에서 만나는 솔개(맹금타임 백 마리 넘어보이는 솔개들이 상승기류 타며 뱅글뱅글 하늘을 맴도는 광경 등등)... 이런 순간을 만나면 새를 보기 시작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진다. 새를 보려고 안 했으면 모르고 살았을 기가 막힌 순간들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새를 보면서 곳곳에서 이런 순간들을 만나긴 하지만 외국의 다른 자연 속에서는 우리나라에서와는 또 다른 감동과 몰입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물론 외국에서 낯선 새, 더구나 색채나 모습이 매우 아름답거나 독특하기까지 한 새를 만났을 때 신기하고 재미나고 기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또는 그 기반의 무엇인 더한 기쁨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나는. 그러니 그것에 대한 공감이 있는 사람(그에 대해 매우 가치를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탐조여행을 하는 건 엄청 차이가 날 것이다.
'대만, 몽골, 동남아,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흰꼬리딱새 (태국 북부) (0) | 2026.01.23 |
|---|---|
| 할미새사촌(Ashy Drongo) (태국 북부) (0) | 2026.01.23 |
| Malaysian Plover/ 검은이마왕눈물떼새(Tibetan Sand Plover) (1) | 2026.01.23 |
| 항라머리검독수리 (태국 남부) (0) | 2026.01.23 |
| Brahminy Kite (태국 남부) (0) | 2026.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