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요 -
도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현장에서 도요를 만나면 여전히 당황한단 말입니다. 오히려 보기 전에 내가 또 제대로 못 알아볼까 봐 두렵기까지 하단 말입니다.
보면서 (심지어 흑꼬리도요나 민물도요까지도) 쟤인가, 쟤가 맞나, 이러면서 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부와 현장경험은 번갈아가며 계속 이루어져야 제대로 ‘도요 보기’ 완성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여기까지와서?) 새로운 도요를 보려하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도요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또는 도요를 한 번 더 현장에서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본다. 빠져들면 도요는 참 재밌는 새다. 더구나 번식깃, 비번식깃, 어린새로 나눠보기 시작하면 더 재밌어진다.
// -- 정보 --
(ebird 자료
: Until recently, the 검은이마왕눈물떼새 was considered conspecific with the 몽골왕눈물떼새 under the name 'Lesser Sand-Plover'. However, genetic evidence has demonstrated that these two taxa are not only distinct species, they are not even each other's closest relative. The 검은이마왕눈물떼새 is actually more closely related to the 큰왕눈물떼새 (Anarhynchus leschenaultii) than to the 몽골왕눈물떼새. This evolutionary twist perhaps forewarns of the identification challenges posed by these three species. Even though considerable effort has been expended in discerning field marks for each species' identification, rare individuals may still not be identifiable.
(최근까지 검은이마왕눈물떼새는 몽골왕눈물떼새와 동일한 종으로 간주되어 ‘작은왕눈물떼새(Lesser Sand-Plove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유전학적 증거는 이 두 집단이 단순히 별개의 종일 뿐만 아니라 서로 가장 가까운 친척조차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검은이마왕눈물떼새는 몽골왕눈물떼새보다 큰왕눈물떼새(Anarhynchus leschenaultii)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진화적 반전은 세 종을 구분하는 데 있어 식별상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 종의 특징을 구분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기울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나타나는 개체들은 여전히 확실히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11월 29일
눈 앞에 너른 논이 펼쳐져 있다. 한쪽 편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고 반대편 논에서는 파릇파릇한 이삭이 한참 물을 올리고 있다. 뭐라고? 11월인데? 아, 여긴 동남아시아 태국이다. 이곳이니까 이런 풍경이 가능하다.
너른 논뷰를 가진 멋진 브런치카페에 앉아 맛있는 파스타 점심을 먹는다. (야아, 가격이 90바트(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인데 맛은 최고다. 눈앞에 펼쳐진 뷰는 맛있는 음식에 더할 나위 없는 풍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어, 저기 하늘에 뭔가!
밥 먹다가도 쌍안경과 카메라 들고 하늘을 향하면 거기 맹금이 난다. 칼새가 난다. Openbill도 자주 보인다.
저 너른 날개, 칼깃 일곱 장, 배에 흰 줄, 저 새는... 항라머리검독수리다. 한 마리도 아니다. 한 마리 더 있다.
다른 쪽을 보니 다른 맹금이다. 얼굴과 몸이 하얗다. Brahminy Kite. 여기선 꽤나 흔해서 우리조차 또 쟤야, 하지만 한 마리 한 마리 자세히 보면 신성해 보일 정도로 자태가 멋진 맹금이다.
너른 논을 바라보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도 많은 새들을 본다. 심지어 시원한 바람까지 살랑거리며 귀를 간지럽힌다 (태국이라 무지 더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쾌적한 날들 연속이라니...)
탐조를 열심히 하는데 마음이 여유롭다. 저 앞에 펼쳐진 너른 논 들판이 한가득이 그대로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마음이 시원하다.
이곳 카페가 음식은 싸고도 맛이 최고인데 비해 커피가 별로여서 근처 카페로 옮겼다. 아직 한낮의 태양이 뜨거워 새도 별로 움직이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외국까지 나온 거니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 후딱 점심 밥 해치우고(?) 바로 또 탐조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새들도 쉬는 한낮인데 보면 얼마나 더 보겠는가.
우리는 느긋이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오, 옮기길 잘했다. 이곳은 커피가 맛있다. 리뷰를 보니 아이스크림과 바나나케잌이 맛있다는 말이 있어 그것도 시켜 몸 안에 달달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나무그늘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야외자리에 앉아 맛 좋은 더치커피 한 잔에 달달구리까지 보충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온갖 세상사 잡담도 한참을 나누었지만 우리가 누군가, 새 보는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 하다가도 화제가 자꾸 새로 흘러간다.
( 이번 탐조여행의 묘미 중의 묘미는 새를 자세히 본다는 것, 그리고 생각하며 본다는 것. 차이에 대해 공부하며 본다는 것.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에서 본 도요새를 발견하더라고 그게 번식깃이 남아 있는 상태인지, 비번식깃이라면 한국에서 볼 때와 시시 차이가 조금 나니 여기선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번식깃에서 비번식깃으로 거의 넘어와 있는 상태일 것이기에), 또 1회겨울깃의 모습을 한 도요는 어떤지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살펴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 종의 종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종을 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모든 개체 하나 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오니 어느 새 하나도 ‘이미 본 새’가 아니라 하나 하나 자세히 살펴봐야할 한 마리 한 마리의 저마다 다른 ‘개체’로 다가왔다. 그러니 봐도 봐도 재미있다. 봐도 봐도 더 봐야할 게 있다.
처음 보는 새를 만나는 기쁨만큼이나 큰 기쁨, 탐조의 또 하나의 재미를 여기에서 만끽한다.
/ 그리고 해외탐조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
어느 순간과 만나기. 새에 어울리는 풍경. 이곳저곳 수만흥ㄴ 라이스필드 사이사이 무논이나 습지에서 만나는 장다리물떼새와 이곳 Lapwing. 여유로운 풍경. 풍광 )
: 사실은 오전에 염전에서 본 흰물떼새가 다 흰물떼새가 아니라는 발견을 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리뷰시간에.
처음에 이곳에서 봤을 때는 다 흰물떼새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쪽 기록을 보니 거의 같아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새가 있었다. Malyasian Plover가 바로 그 새이다. 주지샘이 바로 차이를 찾아내 주셨다. Malaysian Plover는 흰물떼새와는 달리 목덜미에 검은 띠가 둘러져 있었다. 수컷의 경우 그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이 차이점을 알고나서 보니 과연 그 차이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 흰물떼새를 볼 때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알고나서 보니 검은 띠 있는 Malaysian Plover 가 꽤 많았다. 이렇게 같은 듯 다른 새를 알게 되니 탐조의 재미가 하나 더 추가 된다. 이 친구를 발견할 때마다 반갑다.
/ 또 하나.
검은이마왕눈물떼새.
이 친구도 언뜻 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봐온 몽골왕눈물떼새와 똑같아 보여 같은 새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쪽 기록을 보니 검은이마왕눈물떼새 밖에 없다.
이때부터 몽골왕눈물떼새와 검은이마왕눈물떼새가 어떻게 다른지 조사에 들어갔다.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언뜻 외양이 이 두 새가 비슷해 보이지만 검은이마왕눈물떼새는 큰왕눈물떼새와 더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서 주지샘과 함께 자세히 살펴본 결과 우리가 여기서 본 검은이마왕눈물떼새의 부리가 가늘고 다리도 길어 겉모습도 큰왕눈물떼새와 가까워보이는 면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알고 나서 보니 확실히 여기 왕눈물떼새가 우리가 많이 봐온 몽골왕눈물떼새와 조금 다르다는 게 보인다.
같은 듯 다른 종을 알게 되다니 해외탐조의 재미가 쏠쏠하다. )
휴양 온 것처럼 느긋한 휴식을 즐긴 후 오후 탐조에 나선다. 오전에 염전쪽을 돌아봤으니 오후엔 라이스필드를 간다.
어, 뭐야? 여기 왜 이리 새가 많아?
카페에서 멀지 않은 길, 어떤가 싶어 아무 논길로 들어와 본 건데 들어서자마자 벼 위로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내려앉는 작은 새들이 보인다.
논과 붙어있는 작은 습지에서 푸드득 큰뻐꾸기사촌이 날아올랐다 다시 풀숲으로 숨어든다. 조금 더 들어가니 검은딱새와 쇠개개비, 개개비사촌이 번갈아 벼와 풀 위로 튀어나와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본 종다리와 거의 똑같이 종다리는 길에서 여러 번 우리를 반겨주고 벼를 베어낸 논(다시 심어서 가꾸는 논이 많아서 베어낸 자리는 많지 않았다)에는 알락도요, 종달도요, 꺅도요, 흰꼬리좀도요, 그리고 여기 어디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장다리물떼새들, Red-waffled Lapwing....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흰꼬리좀도요를 신나서 보고 또 본다. 한국에서 잘 숨는 꺅도요는 여기서도 어지간히 모습을 드러내 주지 않고 풀숲에 들어가 꼼짝도 안 한다.
새가 많으니 신이 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새를 보다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시가 넘는다.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는데 하늘로 휘리릭 날아오르는 새떼. 작은 새들 무리. 저 정도면 삼 백, 오백? 아니 거의 천 마리는 될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베짜기새(Baya Weaver)였다. 가까운 논에서 날아올라 저 건너편 습지로 옮겨가며 멋진 군무를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렇게 탐조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 ....
다행히 우리가 머무는 열흘 동안 대부분의 날이 많이 덥지 않았다. 밖에 서서 새를 바라볼 때마다 정말 좋은 날이다, 라고 감탄사가 나올 만큼 습기도 적고 날은 맑고 얇은 긴팔이 필요할 정도로 적당히 더운 날이 계속 됐다. 마지막 며칠은 낮에 30도를 넘어가며 꽤 더웠지만 아침 저녁은 제법 선선했다. 그런데다 처음 들른 국립공원이며 하이드, 그리고 나중에 돌아본 염전지대나 논습지 지역, 어디를 가도 새가 참 많았다. 새 보는 사람은 새 많으면 행복해지기 마련인데 날까지 이렇게 협조를 해주니 날마다 참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웠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들판, 사람은 적은데 새는 많다. 거기 서서 새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더구나 날마다 서두르는 법 없이 아침밥 잘 챙겨먹고 새 보러 다니고 몇 시간 보고 나면 점심 먹고 커피도 마시며 낮의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다시 천천히 오후 탐조를 한다. 새가 많이 보이는 날은 어두워지기 직전까지 보게 되기도 하지만 대개 해가 질 무렵 되면 탐조를 접고 숙소로 향하거나 근처 맛집 찾아 저녁식사를 한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휴식 취하고나서 그날 본 새 리뷰를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탐조여행을 해도 리뷰가 중요한데 더구나 해외의 새는 모여서 점검하지 않으면 무슨 새를 봤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각자 성능 좋은 카메라로 찍은 좋은 사진들이 많으니 모여서 그 사진을 노트북 화면에 띄우고 한 종씩 점검한다. 무슨 종인지 헷갈리는 새는 그 종 판단을 두고 토론시간이 좀 길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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