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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몽골, 동남아, 그리고...

Southern Nutcracker ( Southern 잣까마귀) (대만)

216일 대만 (타이중에서) 대설산 Southern Nutcracker ( Southern 잣까마귀)

 

잣까마귀는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잣까마귀는 Northern Nutcracker라고 한다. 이 두 종은 아종으로 여겨지다가 작년인가, 암튼 종이 나뉘어진 건 얼마 전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잣까마귀를 본 적이 없어 직접 비교는 못하겠지만 여기서 내가 본 잣까마귀는 몸에 갈색(주황색에 가까운)이 많이 보였다. 날개는 까맣고 얼굴은 흰 얼룩 많고 꼬리 아래부분도 하얗지만 몸체는 꽤 갈색이었다.

대설산에서도 차로 들어가기로는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주차장에서 처음 이 잣까마귀를 만났다. 처음 봤을 땐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잣까마귀다, 잣까마귀 맞아.”

그런데 한 번 보이기 시작한 잣까마귀는 이후 잠시 산 안으로 들어가 트레킹 하는 내내 이곳 저곳에서 계속 나타났다. 누군가 길 앞에 앉아 있어, 하면 잣까마귀. 길 한가운데 비가 덜 마른 건지 작은 물웅덩이들이 있었는데 거기 누군가 있다, 싶으니 그도 잣까마귀 3마리. 다다다다,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한참을 나무 주변을 서성이며 관찰했는데 어라, 딱따구리 아니고 잣까마귀. 누군가 소리를 꽤 크게 내는 친구들이 있기에 누구지, 했는데 이도 잣까마귀. 나중에 도감을 살펴보니 어치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리 소리도 꽤 요란했나?

나중에 차를 좀 이동해 viewing point 라는 곳을 갔는데 그곳 주차장에서도 나무 위에서 존재감 뿜뿜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는 잣까마귀를 또 다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지난 해 홋카이도에서도 그리 찾을 땐 한 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잣까마귀가 여기선 보여주고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그러고 이곳 곳곳을 트레킹 하다보니 특이한 잣나무가 보인다. 열매가 옆으로 길쭉하게 매달려 있는데 아마 그걸 먹으러 이렇게나 많이 몰려 와 있나 보다. (나무가 특이해 이 이름도 알고 싶은데 이건 나중에....)

 

:: 결론 : 남편과 함께 하는 여행 중의 탐조는 새를 찾아다니는 본격탐조만큼 많은 새를 보진 못한다. 틈 나면 어떻게든 새를 보려하는 호시탐탐탐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가성비 꽝이지만 좀체 보기 힘든 새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번 큐슈 남쪽 끝에서 본 갈색얼가니새 스무여마리의 먹이활동 장면, 그리고 이즈미에서의 두루미들 같은 것(홋카이도 동쪽 끝에서 본 블라키스톤 물곡잡이 부엉이도 그렇고) 말이다. 탐조로서는 감질나고 많이 아쉽고 그렇지만 종종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드문 새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탐조를 위한 여행이라면 그렇게 한 두 종 보기 위해, 더구나 외국에서 거기까지 가게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남편과 그냥여행 가는 경우, 우연히, 또는 거기 간 김에 들러보자, 식이 아니고선 좀체 일부러 가긴 힘든 데를 가게 된다는 것.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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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아니지만 대만 대설산 그 열악한(식사는 더함) 숙소에서 묵은 보람을 확 느끼던 순간.

그리 늦은 저녁시간도 아니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근처를 거닐다 붉은 일몰의 나머지 잔해가 낮게 깔린 아래로 운해가 뭉개뭉개 솟아오르는 장면을 보았을 때였다. 더 나은 장면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다 Visitor Centor 전망대에 올라 진짜 운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멋진 장면을 목격했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장면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망대를 내려와 주차장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와아, 그야말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7시도 아직 안 된 시간인데 별이 하늘에서 말 그대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선명하진 않아도 은하수까지 알아볼 정도였다. 2천미터 넘는(2200이던가?) 산이라 대부분의 구름은 발 아래쪽. 그리고 더구나 거긴 너른 주차장이라 하늘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없으니 그보다 별 보기 좋은 데가 또 어디 있으랴. 별빛이 너무도 밝으니 별들 사이에 줄이 연결돼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별로 알고 있지 않은 별자리들이지만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옛날 사람들이, 특히 너른 들판에서 이보다 더한 밤하늘을 많이 봤을 목동들이라면 누구나 별자리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토록 멋진 별들이라니... 나는 언제 이런 별을 봤던가. 최소 몇십 년 만이다. 이런 매혹적인 별들을 본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