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일, 대만 타이난 – Plain Prinia, Yellow-bellied Prinia
타이장 국립공원 관리소 쪽을 결국 가봤다. Visitor Center도 잘 돼 있고, 무슨 학교 이런 이름으로 그곳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강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강의실도 봤다. 지난번 대만 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대만 조류 센터들은 주로 습지 쪽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탐조인들은 대만에 오면 대부분 습지보다 산에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인데 말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습지며 갯벌 같은 데서 보게 되는 새는 거의 다 우리나라에서 본 새들인데 비해 산새는 전혀 새로운 새들이 꽤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탐조여행 프로그램에선 자꾸 습지와 갯벌에서 보내는 시간을 많이 잡게 되던데 이곳 대만사람들이 습지와 갯벌 쪽 새들에 유독 관심이 많고 보호하고 살펴야 한다는 의식이 꽤 강한 것 같다. 습지와 갯벌 쪽에서는 새 관련 센터들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오늘만 해도 갯벌, 습지에 위치한 타이장 국립공원 관리소와 저어새 보호구, 이렇게 두 군데나 방문하게 되었다. 물론 저어새 보호구 같은 경우는 타이장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설명을 듣고 찾아가게 된 곳이긴 하지만. 두 군데의 거리는 차로 30분 정도. 저어새에 대한 관심은 대만 쪽이 확실히 더 열심인 듯하다. 저어새 보호구에 들르니 커다란 필드스코프를 저어새 모여 앉은 갯벌쪽에 고정시켜 놓고 방문자들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놓고 있었다. 덕분에 힘 안 들이고 저어새들 열 몇 마리를 실컷 관찰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필드스코프는 다른 방향 갯벌쪽에 자리한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무리(약 50여 마리)에 초점을 맞추어 놓고 있었다. 그곳 직원분이 영어를 거의 못했지만 그래도 간단한 단어를 써서라도 최대한 설명해 주려 애써주어 고마웠다. 참 열심히 일을 하는 분이구나, 하고 느껴졌다.
그래도 나의 오늘의 새는 Prinia 다. 2년전 대만에 왔을 때 내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새, Plain Prinia와 Yellow-bellied Prinia. 사실 Prinia들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일찍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들이 있을 만한 강둑 덤불 있는 곳을 찾아다녔으면 금세 만났을 테니. 그러나 본격 탐조여행이 아닌 호시탐탐 탐조를 하는 처지인지라, 게다가 그동안은 주로 높은 산을 돌아다니느라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래도 ‘내 사랑 Prinia’를 못 만나보고 이대로 우리나라로 돌아가야하나, 하고 내심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늘 타이장 국립공원 관리소 주변 습지의 마른 둑길을 걷다보니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멀린앱을 켜서 소리를 확인하니 Yellow-bellied Prinia 라는 이름이 바로 떴다. 그러나 소리만 계속 들려주고 모습을 영 안 보여주네, 하고 기웃기웃대며 그로부터도 한참 더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문득 나타난 새는 그로부터 계속 모습을 보여준다. 한 마리, 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다. 바로 앞 나뭇가지에 위에 앉아 귀엽고 보송보송한 예쁜 모습을 실컷 보여주더니 멀리 가지도 않고 바로 옆 나무로 포르르 날아가 다시 앉는다. 갈대처럼 여린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는 모양은 개개비와 비슷한데 개개비보다 작고 귀엽다. 크기나 몸형태를 보면 개개비보다는 검은머리쑥새나 북방검은머리쑥새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보다는 좀더 보들보들한 느낌이랄까. 속을 빵빵하게 채운 작은 솜인형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친구의 옆으로 다른 Prinia가 날아든다. 배가 노랗다. (도감을 자세히 살펴보니 배가 두드러지게 노랗고 머리와 목 부분이 회색이란다. 그에 비해 Plain은 머리 위부터 몸 전체가 갈색톤. 그리고 Plain이 꼬리가 훨씬 길다고 한다. 다음에 보면 이런 특징들을 좀더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역시 내가 아는 게 아는 게 아니었다. 보고 있었지만 봐야 할 부분들을 많이 놓치고 있던 셈. 이렇게 새를 보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배운다’.) 앞서 본 친구는 배가 하앴는데.... 그토록 애태우더니 Plain Prinia와 Yellow-bellied Prinia가 이렇게 동시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주네. 나의 행복수치는 끝을 모르고 위로 날아오른다. 고마워라, 내 사랑 Prinia들이여!
조금 전, 전체적으로 새하얀데 머리 부분 일부만 까만 갈매기를 발견한 다음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습지 주변을 왔다갔다 여러번 했지만 다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무척 안타까워 하던 참이다. 갈매기류와는 완전 다른 몸색이다. 아무래도 Gull 아니고 Tern 인것 같은데 제대로 확인을 못한 게 아쉽다. 그러던 참인데 그래도 이렇게 ‘내 사랑 Prinia’를 실컷 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전부 다 알려고 하지 말 것.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도 없으니. 이렇게 대신 다가온 행운이 있는데 이 행운을 만난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오늘도 새 덕분에 매우 행복하고 뿌듯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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