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대만 대설산에서 내려오는 길 – Swinho’s Pheasant (스윈호 꿩)
숙소에 쌍안경을 든 서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둘째 날에는 두 팀을 식당에서 만났고, 다른 팀 남자 다섯 명(아마 영국인?)은 탐조만 하고 내려가는 듯.
대설산은 우리나라 탐조인들도 종종 찾아왔다는 후기를 볼 수 있으니 탐조인들에게는 인기지역이다. 이곳은 특히 미카도꿩이 유명한데 좀체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Visitor Center 같은 데서도 미카도꿩 모형이나 사진, 또한 여러 상품까지도 많이 전시해놓은 걸 보면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개 이 꿩을 보기를 기대하고 오지 싶다. 물론 나도 그랬다. 산도 워낙 높고 이곳 산 속 숙소조차 해발 이천미터 이상 되는 곳에 있으니 남편이나 나나 이곳 자연에 끌려서 숙박까지 잡고 온 것이긴 하나 내 흑심(?)은 미카도꿩에 많이 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결론. 못 봤다. 여기 센터 직원 얘기로도 지난 일주일 간에는 미카도꿩이 나타난 적이 없단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진 못해서 트레킹 할 때나 심지어 차로 이동할 때도 나무 아래쪽이나 도로를 수시로 살폈다. 혹시나 우연히 거니는 그들을 발견할까봐.
그러다 드디어 도로에... 나타났다!
파란 몸, 엇, 그러나 꼬리가 하얗다. 그럼 미카도가 아니라... 스윈호꿩이다.
이들은 지난번 대만 탐조여행 때 차에서 잠깐 보기는 봤다. 그때도 도로에 나타났다. 하지만 차에서만 봤고 바로 사라져서 제대로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도 내가 탄 차에서는 봤지만 뒷차 사람들은 못 봐서 많이 서운해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한참을 봤다. 차에서 또 차에서 내려서도. 찻길을 거니는 모습도 찻길에서 산길로 훌쩍 뛰어올라 또 한참 거니는 모습도. 파란 몸, 새빨간 볏, 새하얀 꼬리와 등, 어찌나 그 색깔이 다 아름다운지 보고 또 봐도 찬란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볕이 좋은 날이어서인지 파란 색도 어찌나 빛이 나게 윤기가 돌던지....
새는 왜 볼까, 에 대한 한 대답은 이러한 순간에 있다.
정말 아름다운 새 한 마리, 이리 새를 보려 열심이지 않으면 이토록 열심히 이 스윈호 꿩을 관찰하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이토록 자세히 살펴볼 생각도 않고 그냥 여기 꿩 한 마리 봐쎄, 정도로 감상이 끝나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탐조인으로서, 새를 좋아하며 열심히 보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 꿩 한 마리, 이 순간은 숨막히도록 행복하다. 그리고 더 열심히 이 꿩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렇게 자세히 보아야만 더욱 잘 알 수 있는 이 새만의 매력,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알아보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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