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호스타이 국립공원
– Daurian Patridge ( Daurian Partridge - eBird ) -
아디야(버드가이드)는 국립공원 안에서 어느 지점에 차를 멈춰 세우더니 성큼성큼 산으로 올라간다. 바위와 드문드문 낮은 풀만 있는(이게 영어로는 steppe, 즉 초원이라는데 몽골 오기 전에 생각했던 ‘초원’과는 사뭇 달라 놀랐다. 초원, 그러면 푸릇푸릇한 풀이 쫙 펼쳐진 동산, 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몽골에서 만난 steppe, 초원은 풀보다 마른 흙이 더 많아 보였다. 마른 흙도 아니고 거의 모래. 이건 초원이라기보다는 사막 아니야, 라는 느낌. 하지만 그래서 ‘자연’속에 있어, 라는 생각보다는 ‘야생’ 한 가운데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연? 야생? 결국 같은 말일텐데 이곳 몽골은, 적어도 내가 체험하고 있는 이곳은 ‘야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풍경의 연속이다.
이 국립공원도 그런 길의 연속이다. 차가 멈춰 선 곳은 그 가운데서도 꽤 정상 봉우리에 가까운 곳으로 보이는 곳. 나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바위들이 주고 그닥 키가 크지 않은 나무가 중간에 드문드문 있다. 바위와 그 나무들을 헤치고 위로 위로 오른다. 새 소리가 들린다. 멧새( 멧새 - eBird )와 검은등사막딱새( 검은등사막딱새 - eBird )는 그리 어렵지 않게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이곳에 내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가이드와 우리의 목표종인 Daurian Patridge를 찾기 위해서다. 가이드가 이곳에서 번식하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한참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며 찾았다. 이미 꽤나 높은 데에서 시작한 거라 별로 더 오를 데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역시 산은 직접 걸을 때와 그냥 볼 때는 다르다. 직접 발을 내딛기 시작하자 가깝게 보이던 거리들은 한참이나 걸어 올라야 하는 제법 되는 길이었다.
앗! 푸드득 뭔가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와 옆으로 난다(기 보다 옆으로 튄다, 라고 해야할까. 옆 나무 덤불 속으로 쏙 들어간다). 앞서 가던 가이드가 ‘Daurian Patridge ’라고 소리친다.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 나무사이를 기웃거린다. 나무도 몇 그루 없고 그나마도 낮은 관목이라 할 작은 나무 조금과 풀 조금 있는 덤불인데도 어찌나 잘 숨었는지 당최 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옆으로 간 것일 수도 있고 (이곳이 번식지라 하니) 다른 짝도 있을 수 있어 조금씩 옆으로 범위를 넓혀 나무 사이마다 입을 닫고 발걸음도 아주 천천히 옮기며 조심스레 살핀다.
(번식지는 특히 조심해야한다. 무엇보다 번식 무렵 새들은 아주 민감해서 잘 숨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호기심으로 지나치게 그들에게 접근하다가는 그들의 번식을 방해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을 낳은 둥지를 외부에 들키지 않고 지키려는 새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심하게는 그들의 둥지가 발각됐다 싶으면 아무리 이미 알을 낳았거나 그 알이 부화를 해서 어린 새들이 자라고 있는 상태라 해도 둥지 자체를 버리고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맹금 같은 경우는 둥지 가까이 다가가면 직접 공격을 가하기도 한단다. 어쨌든 번식기의 둥지는 보더라도 꽤 거리를 두고 보고, 보더라도 얼른 보고 자리를 피해주어야 한다.
하기는, 번식기엔 새들을 볼 생각을 안 하는 게 최선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 드물게 와서 보기 힘든 새들, 더구나 겨울에만 잠깐 봐서 여름 번식깃을 본 적 없어 궁금한 새들, 그리고 그 새들의 어린 새끼들이 보고 싶어서 오는 곳이 이곳 몽골 아닌가. 번식 보호, 라는 측면에서라면 애초에 이곳에 올 생각을 말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번식기 민감한 건 새들 모두 공통이지만 종마다 사람들의 둥지 접근도에 대한 민감도는 좀 다르다. 이건 결국 미리 공부하고 알아보고 접근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낯선 공간에 와서는 결국 가이드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가이드마다 파악하고 있는 번식지들이 따로 있나 보던데 가이드 친구들끼리만 그 정보를 공유하나 보았다. 가이드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단다. 이 가이드들은 안내하는 한 팀이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그 새가 그 둥지를 떠나게 하거나 다시는 그곳에서 번식을 못하게 하면 자신들의 일에 큰 영향을 받을 테니 ‘조심성’ 정도는 그들이 알아서 말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그들이 권하는 선에서만 둥지와 둥지주변을 탐색할 따름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 정도보다 더 가까이 가지 마라, 이 맹금 둥지 주변에는 20분 이상 머물지 마라, 등등. )
결국 다시 Daurian Patridge를 봤다. 먼저 발견했던 곳에서, 그리고 그 옆 다른 곳에서 또. 두 마리였다. 어찌나 휙 날아가버리던지 쌍안경으로 제대로 보진 못했다. 동작 빠르고 운 좋은 동료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확인만 했을 뿐이다. 꿈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새. 보긴 봤는데 정말 봤는지 벌써 아련하다. 너를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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