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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몽골, 동남아, 그리고...

수염수리 / 금눈쇠올빼미 (몽골) // 몽골 몽골 몽골

624, 테를지 국립공원

- 수염수리 ( 수염수리 - eBird )

 

테를지 국립공원 한 지점에서 가이드가 차를 세우게 하더니 내려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다. 우리 보고 따라 오라고 하면서.

이곳은 울란바트르를 통과하여 좀 더 동쪽이다. 이제껏 다녔던 서쪽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나무가 많다. 그동안은 steppe 이라고 하는 초원지대였다면 이곳은 taiga라고 말하는 침엽수림대다. 당연히 새도 많이 다를 것이다. 과연 달랐다. 그동안 잘 안 보였던 작은 새들을 제법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래쪽 냇가 옆 나무에서 번식하는 Lesser Spooted Woodpecker( Lesser Spotted Woodpecker - eBird)를 만났고 산 초입에서는 Greater Whitethroat( Greater Whitethroat - eBird )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산 오르는 중간에 여러 마리의 흰꼬리딱새 성조와 어린새들, 북방쇠박새를 실컷 봤고 심지어 진박새도 만났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산을 오르게 될 줄이야. 바위와 흙만 잔뜩 있던 이제까지 다녔던 산들과는 달리 이곳은 나무, , 나무, 풀이다. 처음에 산책로로 걸을 때는 그럭저럭 걸을만했으나 가이드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미 사람들 발길로 닦여진 기존 산책로나 그냥 풀과 부러진 나무들로 가득한 산길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오로지 직진.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우리도 가타부타 말 없이 묵묵히 뒤를 쫓는다. 며칠간 함께 지내다보니 그가 이곳의 새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전문가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이곳은 큰 나무들이 제법 있는 길이라 많이 덥지는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쉴 그늘 전혀 찾아볼 수 없는 steppe 들판을 헤매며 새를 찾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여름과는 달리 습도가 낮아서 이런 그늘에만 들어서면 꽤 시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산책로 길을 걸을 때의 이야기였다. 부러진 나무를 밟고 건너고 풀을 헤치고 나아가는 길 아닌 말 그대로 산길을 나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너무 더울 때는 내가 먼저 많이 가지 않고 얼른 차로 돌아가 있는 식으로 컨디션조절을 해왔는데 산길은 대책이 없다. 뒤로 쳐지면 낙오다. 길도 없는 이곳에선 죽어라 앞사람을 쫓아가야 한다. 나보다 훨씬 젊은 친구들과 여행하는 지금과 같은 경우 나의 제일 원칙은 민폐는 되지 말자인데 이쯤 되면 도리가 없다. 안 그러고 싶어도 자꾸 몸이 뒤로 처진다. 올라가는 길도 그러했지만 내려가는 길에선 더욱 그러했다. 넘어지는 것도 피해야 하므로 조심조심하다보니 더욱 뒤로 쳐진다. 그런 나를 보고 ㅅㄱ샘이 앞을 보고 천천히 가라고 소리쳐준다. 에고 여러 사람 미안하게 만드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런데 쭉쭉 앞서 나가던 이들이 저 앞에 멈춰 서 있는 게 보인다. 뭔가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뭘까? 조용히, 하지만 나름대로 서둘러 다가가 나도 쌍안경을 꺼내든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산 높은 곳.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앞쪽의 산꼭대기다.

뭐예요?”

수염수리에요, 수염수리. 저기 저 위에 있어요.”

, 수염수리? 일러주는 곳으로 쌍안경을 들이대고 눈을 크게 뜬다. 있다. 뭔가가 분명 있다. 새다. 새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당최...

동료들이 성능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그제야 확인이 된다. 누군가는 지옥에서 온 사자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 바로 그 수염수리. 이 세상 존재 같지 않은 매우 사나운 인상의 그 새. 더구나 동물의 뼈를 먹고 산다던데... , 그럴 수가. (나중에 도감 자세히 읽어보니 뼈만 먹는 건 아니다. 고기도 먹고 작은 뼈는 그대로 씹고 큰 뼈는 높은 데서 떨어뜨려 부숴서 안의 골수를 빼먹는다 한다.)

앞서 몇 번 시도를 했으나 발견 못했을 때 가이드가 걱정마라. 한 군데 더 있다하며 수염수리 보여줄 수 있음을 장담하더니 그게 여기였나 보다. 이 근처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고 하더니 이 가이드, 참 대단하다. 몽골이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도 아니고 대체 필드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낸 걸까. 가이드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친구 보면 감히 가이드 해볼 엄두를 못 내겠다 는 말까지 했다. 뭐든 하려면 최고로 잘 하거나, 최소한 그 언저리라고 자부할 정도는 되어야 하니 말이다.

20대 중반이라는 이 젊은 가이드는 자신이 몽골 최고라며 자부심 쩐다. 진짜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고에 가깝지 않을까 여겨지는 면들을 계속 만난다. 새 동정 포인트도 물어보면 물어보는대로 답이 척척 나오다. 어지간한 새들의 번식지도 다 자신의 손바닥 안에 품고 있는 것 같다. 대단한 친구다.

 

전날, 금눈쇠올빼미( 금눈쇠올빼미 - eBird )를 찾아 함께 들판을 헤맬 때도 그랬다. 차에서 내려 거의 한 시간 넘게 들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곳 저곳을 한참 다니기에 저래 가지고 어떻게 찾지? 뭘 알고 찾는 거야?’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솟아나기도 했다. 그런데 기어코 돌무더미 잔뜩 쌓여있는 곳에서 금눈쇠올빼미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어찌나 휙 옆으로 날아가 돌 틈으로 재빨리 들어가버리던지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거기 돌 안에 둥지가 있을 거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간 새는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언뜻 보기에 돌 사이 입구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지만 안에 얼마나 큰 굴이 놓여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결국 금눈쇠올빼미가 그런 곳에 둥지를 틀기도 하는구나,를 발견한 것에 만족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 곳에 금눈쇠올빼미의 둥지가 있을 줄이야. 가이드는 몽골에서 새 리서치 활동도 한다고 하더니 정말 새를 잘 아는 친구다 싶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가 맥주를 샀다. 어렵사리 하지만 결국 만나게 된 수염수리 동정도 함께 축하할겸 무사히 또한 즐겁게 탐조가 잘 진행되고 있음을 자축하는 의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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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테를지 국립공원 게르

와아, 이 국립공원은 찐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데 하나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도 주변 풍광이 멋있어서다. 게르 말고 더 편리하고 깨끗한 현대식 호텔이라면 이런 감흥이 덜할 것 같았다. 이제껏 게르 몇 군데 머무르며 이동해 왔지만 이곳이 최고다. 게르 자체야 별 차이 없었지만 자리한 이곳 테를지 국립공원이 너무도 멋있어서다. 풍광도 최고인데 다른 시설들 하고도 제법 거리가 있어 한적한 느낌마저(그날따라 다른 관광객도 없이 우리뿐이라 더욱 그러한 느낌) 들어 더욱 좋았다. 그런 분위기 탓일까, 저녁에 다 같이 숙소 앞에 자리를 펴고 맥주 한 캔씩 들고 파티(?)를 즐겼다. 파티라고 해야 맥주 몇 캔과 과자 부스러기만 있었지만 무엇보다 저마다 신나서 수다를 떨었다. 가이드는 영어로, 운전사 한 분은 한국말 가능하니 한국말과 몽골어로, 다른 한 분은 오로지 몽골어만 하니 몽골어로, 그리고 나머지 우리 동료들은 각자 되는대로 한국어로 영어로, 그러나 단지 새 이야기만 계속 떠들어댔다. 운전사분들은 예외지만 나머지는 새에 미친종자들이다. 새 이야기가 시작되니 모두 목소리가 커진다. 너나 없이 할 말이 많다 온르 본 새, 보고 싶은 새, 전에 몽골에 와서 본 새, 놓친 새, 내가 본 멋진 새, 몽골에 많은 새, 몽골에 적은 새, 가이드가 아직 못 본 새, 드문데도 이미 본 새, 내가 한국에서 본 정말 드문 새, 그 새를 어떻게 봤나, 그 새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겨울에 보기 힘든 새를 보기 위해 이렇게 할 계획이다, 저렇게 할 계획이다....

가이드도 새이야기 시작되니 신났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몽골 새이야기를 계속 한다. 몽골 탐조인들 사이에서 도전 20종으로 이야기된다는 새 이야기며 올 겨울에 흰올빼미 보러 탐조인 친구들과 여행계획 짰다는 이야기며...

나도 입이 풀려 마구 떠들어댄다.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흰매와 매가 겨울을 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짧은 영어로 설명해대느라 진땀을 빼지만 결국 다 이야기 하고야 만다.

ㅂ샘도 한국에서 자신이 본 드문 새들 자랑하느라 핸폰에서 자꾸 사진을 찾아 내미신다.

ㅈㅎ샘은 이번에 이 새 꼭 보고 싶다고 계속 target bird 이야기를 해서 가이드를 자극한다. 가이드는 걱정 말라며 보여주겠다고 장담을 한다.